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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전사들>

유목민에 대한 짧은 글

 

 

 13세기의 유라시아는 하나의 태풍 속에 있었다. 강력하고 막을 수 없는 초대형급 태풍. 인류 역사의 모든 사회, 문화, 사상에 핵폭탄급 충격을 준 그들. 그들 이름은 바로 '몽골'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몽골에 대한 이미지는 우리나라의 고려시대, 즉 12세기때 혼란했던 유라시아로 거슬러 올라간다. 드넓은 대초원 한 구석에서 한 아이가 태어난다. 그의 이름은 테무친. 훗날 칭기즈 칸이란 몽골의 지배자로 등장한다. 칭기스 칸이 등장하기 이전의 몽골고원은 수많은 유목민족들이 지배하던 곳이었다. 흉노, 돌궐, 선비, 오환, 거란, 여진 등... 수많은 지배자들에 의해 지배되던 땅이었다.

 

 중국의 많은 지배자들은 몽골지역에 살던 유목민들을 괄시하고 폄하 하였다. 자신들의 선조들이 이룩했던 수많은 문화를 잣대로 말이다. "말타고 사냥이나 하는 가난한 자들", "야만스럽고 무지몽매한 자들"은 농경민들을 비롯한 많은 정착민들이 유목민들에게 붙이는 꼬리표 같았다. 왜일까? 이는 역사적 사건과도 연관이 있다.

 

 

 

 

 

 춘추전국시대를 종식시키고 중원의 패자가 된 진시황은 즉위하자 마자 거대한 장성을 쌓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만리장성의 시초이다. 이는 인간과 인간사이에 구별을 짓는 역사적 사건이었고 오랫동안 지속된 충돌의 시발점이 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흉노와 한나라의 전쟁이다. 기원전 3세기, 흉노를 통일한 묵특(冒頓)은 선우(흉노의 지도자)에 오르자 위기를 느낀 한고조 유방은 흉노정벌을 위해 몸소 군대를 이끌고 북상하였다. 그러나 묵특의 유인책으로 백등산에서 7일간 포위를 당하자 굴욕적인 화친을 맺고 목숨을 구제할수 있었다.

 

 흉노와 한의 전쟁은 단순히 국가간의 전쟁으로 보기보다 유목민과 정착민의 대립이 극대화되던 시기에 터져나온 점에서 봤을 때 큰 의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중원에 세워졌던 수많은 나라들은 초원의 유목민들에 대한 정책을 시도하였고 국가의 존망을 결정하는 중대사안으로 까지 확대하였다. 떄로는 유목민들이 정주민이 세운 나라를 정복하여 중원에 들어올 때도 있었다. 그러나 중원에 들어온 많은 이민족들이 그렇듯, 그들도 중국이 이룬 문화에 노예가 되어버렸다.

 

 몽골은 그러한 정주민의 문화에 동요되지 않고 중국을 정복하려 한 유목민으로 역사속에 등장하게 되었다.

 

 

 

 

 유목민이 정착민을 상대 할 때 부각되는 가장 큰 전술을 기동력이었다. 유목민은 이동 할 때 개인 당 6~7필의 말을 대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말 한마리가 지치면 바로 연이어서 다른 말로 갈아탈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힘이라고 볼수 있다. 몽골의 유목민들은 걸음마때부터 말을 탈 줄 알았으므로 이런 방식의 이동방법은 효과적이었다.

 

 또 하나는 강점은 보급력에 있었다. 일반적으로 전쟁을 하기위해서는 군량과 보급선이 절대적이다. 상대의 보급선을 끊은 것만으로 전쟁의 승패가 결정됬음은 역사를 통해 많이 알 수 있다. 그러나 유목민들은 보급에 대해 크게 구애받지 않았다. 자신들이 키우던 가축을 손수 끌고 오거나, 양 한마리를 도축하여 건조시켜 자루에 담아 운반하기 편하게 만들었다. 특별한 식량보급이 없어도 오랫동안 전쟁을 치룰수 있었다.

 

 목축과 함께 사냥이 생업이었던 유목민들은 궁술이 매우 뛰어났다. 먼 곳까지 내다볼수 있는 시야와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얻은 인내력으로 사냥감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했고, 강력한 합성궁으로 사냥감을 즉사시켰다. 또한 집단사냥을 통해 기본적인 전술훈련까지 겸하였기에 전사계급이 따로 없어도 전쟁을 치룰수 있었다.

 

 

 

 

고려사에 몽골장군 흔도(炘都)가 고려 장군 김방경에게 한 이런 말이 실려 있다.


 "내가 보건대 고려 사람들은 모두 글도 알고 불교를 믿는 것이 한족과 유사한데, 매양 우리를 멸시하면서 '몽골 사람들은 살륙만 일삼으니 하늘이 그들을 미워할 것이다'라고들 한다. 그러나 하늘이 우리에게 살륙하는 풍속을 준 것이기 때문에 하늘의 뜻에 따라서 그렇게 하는 것에 불과하니 하늘은 그것을 죄로 삼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그대들이 몽골 사람들에게 굴복하게 된 까닭이다."

 

 유목민은 기본적으로 전사이면서 수집가였고, 사냥꾼이면서 사육사였고, 시인이면서 예술가였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들이 가지고 있던 자신감에 있었다. 다른이들의 입장에서는 오만함으로도 보일수 있겠지만 자신들이 살던 세계에서는 필수 덕목이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 받아들이고 불필요한 것들은 모두 버리는 잔인함. 그 유목민의 당당함이 집약된 몽골이 세계를 정복했던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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