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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수호지의 세계-

『성호사설』에 실린 수호지





『성호사설(星湖僿說)』은 영조때 실학자였던 성호 이익(李瀷, 1681~1763)이 지은 책이다.

저자가 학문에 대해 연구하면서 궁금했던 부분이나 제자들의 질문들에 대한 답, 자신의 개인적인 주장 등을 담고 있다. 성호사설은 천지문(天地門), 만물문(萬物門), 인사문(人事門), 경사문(經史門), 시문문(詩文門)의 5가지 문으로 크게 분류되어 총 3,007항목의 글이 실려 있다. 그러나 부문(部門)이 세분되어 있지 않고 여러 가지 내용이 한 부문에 섞여 있는 것도 적지 않다. 따라서 제자인 안정복(安鼎福)이 분야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만을 추리고 새롭게 정리하여 〈성호사설유선 星湖僿說類選〉을 편찬하기도 했다.

 

 


 

 

 

『성호사설』 경사문(經史門) - <수호전(水湖傳)>

 

 

《수호전》은 시모(施某-시내암)가 지은 것인데 그 글이 속이고 농락하기에 기이한 술책 아닌 것이 없어서, 무릇 군사를 쓰는 데 기이하고 속임이 이보다 더 교묘할 수가 없으니, 곧 병가(兵家)의 큰 숲[藪]이다. 후세에 도적들이 숭상하는 바가 되어 그 해독이 뻗쳐서 막을 수가 없었다.

 

 위충현(魏忠賢-명말의 환관)이 나라를 어지럽힐 때에 《점장록(點將錄)》을 만들었는데, 우두머리에는 천강성(天罡星) 탁탑천황(托塔天皇) 이삼재(李三才)ㆍ급시우(及時雨) 섭향고(葉向高)ㆍ낭자(浪子) 전겸익(錢謙益)ㆍ성수서생(聖手書生) 문진맹(文震孟)ㆍ백면낭군(白面郞君) 정만(鄭鄤)ㆍ벽력화(霹靂火) 혜세양(惠世揚)ㆍ대도(大刀) 양련(楊連)ㆍ지다성(智多星) 목창기(繆昌期) 등 모두 36인이요, 지살성(地煞星) 신기군사(神機軍師) 고대장(顧大章)ㆍ한지홀률(旱地忽律) 유대임(游大任)ㆍ고상조(鼓上皂) 왕문언(汪文言) 등 모두 72인으로 《천강성ㆍ지살성》 도합 108인이니, 대개 동림당인(東林黨人)들을 미워하여 이로써 욕을 보인 것이다.

 

 108의 숫자는 불가(佛家)의 무환자(無患子) 1백 8개로써 염주를 만드는 것에서 나온 것이다. 그 뒤 유적(流賊) 이자성(李自成)이 난을 일으킬 때에 그 작호(綽號)와 병술(兵術)이 《수호전》의 투식(套式)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이 책을 지은 자는 반드시 음흉한 도적의 뜻이 있는 자이다. 전하는 말에, 옛적에 한 재상이 도적을 문초하는데, 그 정상을 세세히 힐문하여 틀림이 없으니, 도적이 서로 돌아보고 혀를 내두르며, “이 양반이 일찍이 도적이 되었던 자인가? 어찌 우리의 정상을 이렇게 다 아는가?” 하였다는 말이 있다. 시씨(施氏)의 《수호전》도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