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시] <연융대에서 마상재를 구경하다>
연융대에서 마상재를 구경하다
大駕至鍊戎臺閱武, 觀馬上才有述
-정약용
거센 말 갈기 세우고 바람 가르며 달리니
悍馬奮鬣凌長風
가을 새매 차가운 창공 흐르는 그 형세
勢如秋隼流寒空
길가에서 말 지나길 엿보던 한 병사가
路旁側睨候馬過
번개같이 가로 채어 덥석 뛰어 오르네
橫飛躍上奔簸同
두 팔을 활짝 펴고 말등 위에 우뚝 서니
張臂直立肩峯上
선인 우객이 황학루 높은 난간에 비겨 선 듯
譬如仙人羽客飄颻逈倚黃鶴飛樓中
홀연 몸을 뒤집어 말 허리에 내려 숨어
忽翻身藏骻骼裏
청둥오리 물오리가 출렁이는 물결 따라 유궁으로 잠겨버린 듯
譬如綠鳧花鴨隨波容㵝芴沒沈幽宮
홀연 일어나 안장 위에 가슴 대고 활개 펴니
忽起挿嘴鞍鞁脊
취객에게 차 엎인 바둑판 다리가 허공 향해 뻗은 듯
疑是醉客蹴倒棋盤脚向穹
홀연 허리를 펴고 팔을 들어 휘저으니
忽展腰脂翼偏擧
펄럭이는 깃발이 비스듬히 숲 사이로 지나가는 듯
疑是風旗獵獵偃過林木叢
홀연 쓰러져 죽은 체 비장과 흡사하고
忽僵佯死如飛將
홀연 뛰어 세차게 치는 모습 원공 같네
忽躍奮搏如猿公
척계광이 창출한 십팔기 무예 중에
戚家武藝十八技
이 기예가 우리나라 들어왔다 말하는데
世稱此技輸我東
기마전을 잘 하는 건 말 잘 몰기에 있으니
騎戰之能在善馭
말과 한몸 되어야만 유능한 기사고말고
與馬爲一斯良工
세상에는 익히면 못 이룰 것이 없나니
世間無物習不就
장대놀이 줄타기 모두 잘만 한다네
竿盆蹋索皆成功
그러나 전투에선 무기를 써야 되는 법
邇來格鬪仗奇器
맨몸으로 부딪쳐선 궁지에 쉽게 몰리리
赤身衝突技易窮
아무쪼록 갑옷 입고 긴 창을 사용해야
須穿冷端使長戟
비로소 너희들의 재간이 쓸모 있으리
然後汝曹才果雄
출전 - 다산시문집 제 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