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략』하략 - 1
능히 천하 대중의 위태로움을 지탱하는 자는 천하에 가장 안전한 위치에 의거할 수가 있다. 능히 천하 대중의 근심을 제거하는 자는 천하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능히 천하 대중의 환란을 구하는 자는 천하의 복을 얻을 수가 있다. 그러므로 덕택이 널리 퍼져 백성에게도 미치게 되면 성인이 따르게 된다. 현자가 따르는 나라는 강성해질 것이며, 성인이 따르는 나라는 천하가 하나로 될 것이다. 현자를 구하는 데는 덕으로써 하고, 성인을 구하는 데는 도로써 한다. 현자가 가버리면 나라가 미약해지며, 성인이 가 버리면 나라가 어긋난다. 미약해진다는 것은 나라가 위태하게 되는 단계이며, 어긋난다는 것은 나라가 망할 징조이다.
현자는 예로써 정치를 하며 직접 실천한다. 이에 사람들은 허리를 굽혀 복종한다. 성은 덕으로써 정치를 한다. 이에 사람들은 마음 속으로부터 즐겨 복종한다. 허리를 굽혀 복종하는 것은 처음에는 잘 되어가지만, 꼭 끝까지 잘 되리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부터 즐겨 복종하는 것은 처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반드시 끝까지 잘 되어 갈 수가 있는 것이다. 허리를 굽혀 복종하게 하려면 예로써 해야하고, 마음으로부터 복종하게 하려면 락(樂)으로써 다스려야 되는 것이다.
이른바 락이란 반드시 종, 경쇠, 거문고, 퉁소 등의 악기를 가지고 하는 음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화락하게 하는 것이 락의 본질이다. 즉, 그것은 사람들이 각기 집에 있는 것을 즐겨서 안주함에 이르고, 자기 친족과 즐기며 안주함을 이르고, 자기 직업을 즐기며 만족함에 이르고, 자기가 사는 도읍을 즐기며 안주함을 이르고, 자기들 위에서 내려는 정치상 명령을 즐기며 안주함을 이르고, 자기 도덕을 즐기며 만족함을 이른다. 사람들의 마음이 이처럼 화합하여 즐길 때에는 임금은 음악을 지어 그 락을 조절하고 본연의 화락을 잃지 않도록 한다. 그러므로 덕 있는 군주는 음악으로써 천하 만민을 즐겁게 하고, 덕 없는 군주는 음악으로써 자기 일신을 즐겁게 한다. 음악으로써 천하 만민을 즐겁게 하는 어진 군주는 길이 번창한다. 음악으로써 자기 일신을 즐겁게 하는 어리석은 군주는 오래 가지 못한고 멸망한다.
가까운 것을 버리고 먼 것을 꾀하는 자는 수고롭기만 하고 공적을 이룰 수 없다. 먼 것을 버리고 가까운 것을 꾀하는 자는 편안하면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편안한 정치를 하는 나라에는 충신이 많고, 힘든 정치를 하는 나라에는 원망하는 백성이 많다. 이런 말이 있다.
"영토를 넓히고자 애쓰는 자는 황폐해진다. 은덕을 넓히고자 힘쓰는 자는 강성해진다."
능히 자기가 가진 것을 갖는 자는 그 나라가 편안하고, 남이 가진 것을 갖고자 탐하는 자는 그 나라가 해를 받는다. 나라가 해를 받아 멸망케 하는 정치는 자손에 이르는 자는 그 나라가 해를 받는다. 나라가 해를 받아 멸망하게 하는 정치는 자손에 이르기까지 환란을 당한다. 일을 하는 데 제도를 넘어서 분에 넘치는 짓을 하면 처음에는 성사하더라도 결국에는 꼭 패하고 만다.
자기를 버려 바르게 하지 않고 사람을 가르쳐 바르게 하려고 하는 것은 도리를 거스르는 것이다. 나를 바르게 하고서 사람을 감화하는 것은 도리를 따르는 것이다. 거스르는 것은 난을 가져오는 것이고, 도리를 따른 것은 중요한 정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