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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는 사회>

[문화] 영화 <명량>에 대한 인상적인 평가




"재미있는 영화지만 서사 구조가 매우 약했고 스토리라인 또한 빈약했다. 무엇보다 인간의 내면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특히 적장을 장수답게 그려주었으면 했는데 희화화했다. 대수롭지 않은 존재로 그려서 아쉬웠다. 


 노 젓는 격군들에게까지 시선을 준 것은 좋았다. 노를 젓는 대목은 아주 잘 만든 대목이다. 그들의 고통과 인내심 그리고 용기와 감격이 나타났다. 배는 노를 젓는 격군들의 힘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전투가 벌어지면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그들은 잔혹하게 훈련을 받는다.


 백병전 등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있는데, 그 자체가 치명적 결함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보다는 기왕 그렇게 많은 돈을 들였으니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함대의 전술 전략이 무엇이었는지 전모를 보여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국지적 스펙터클에 주력했다. 그때 일자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전투 전날 벽파진에서 전라우수영으로 이동을 했는지, 그 의미를 좀 더 풀어줬어야 했다.


 이순신이 이슈만 되면 정치인들이 12척으로 330척을 물리치겠다며 설치고들 하는데, 제발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12척 가지고 나가면 백전백패한다. 이순신이니까 이긴 것이고, 이순신이니까 병사들이 따라간 것이다. 그들이 12척 가지고 따라오라면 따라가지도 않는다. 12척밖에 없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현대의 영웅이다. 현대에 적용할 수 있는 삶의 방식으로 생각하면 큰 잘못이다."






















김훈


『칼의 노래』저자


출처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1100